<2009년 9월 13일, 경기도 파주삼릉(공순영릉)>


도희야, 엄마랑 공순영릉에 왔어 2009년 9월, 청명한 날, 공주가 입원하기 한달 여전에 우리 가족 왔잖아 도희랑 오빠랑 물에 발 담그고 놀던 그 작은 시냇물 앞에 앉아 있어 돗자리를 폈던 곳도 찾았어 놀다가 젖은 옷이랑 신발을 말리려고 널어놓았던 곳도 찾았어 나무들도, 돌도, 풀들도, 그대로 있구

왜 여기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어 도희야 아침에 깨어 기도하고 있는데, 문득 와보고 싶었어 지난번 청계산에 다녀온 것처럼 말이야

와본들, 마음만 아프고 슬프지만, 도희랑 왔던 곳들을 다시 찾게 되네 처량해 보이겠지만 상관없어 기억하고 가슴에 담고, 잘 슬퍼하려는 거야

도희야, 그런데 너무 슬퍼 공주가 없는데, 여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호젓하게 그대로야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무너져 아빠 딸은 없는데 당신은 좋겠다, 애들이, 엄마, 아빠 부르니 정말 좋겠다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반드시 다시 만난다 아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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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야, 아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도희야.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있어. 1년 가운데 가장 밝다고 했던가, 가장 둥글다고 했던가.

작년, 재발하기 전에 추석을 보낸 게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땐 도희가 점점 좋아진다는, 우리 가족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가 있었잖아.

저 둥근달을 보며 빌 소원은 하나밖에 없어, 분홍공주야. 도희랑 아이들이 더는 아프지 않게 해주시고, 아빠가 죽으면 반드시 공주랑 할머니를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거.

거기도 둥근달이 떴니? 도희는 무슨 소원을 비니? 아빠를 원망할까? 그래도 아빠는 할 말이 없구나. 사랑한다고, 엄청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너를 지키지 못한 아빠가 무슨 말을 하겠니.

공주야, 아빠의 모든 걸 바치며 사랑하는 도희야. 아빠가 정말 미안해, 너무 너무 미안해. 아빠의 시간이, 삶이, 멈췄어.

달이 밝긴 밝구나. 저 달은, 도희랑 아이들이랑 놀아주겠지?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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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공주야. 오늘도 화창해. 그래서 슬퍼.

도희야, 그래도 오늘은 좀 기운이 나. 많은 분들이 '쫑알공주 도희체'를 알고 쓰시겠다고 하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슬픔과 고통을 나눠주셔. 무엇보다 엄마아빠 곁을 떠난 공주랑 아이들을 가끔은 기억해 주시겠다고 하셔.

김여진 아줌마랑 많은 분들이 트위터로 알려주셨고, 양정민 기자 이모가 기사를 성실하게 써주셨어. 모든 분들께 아빠가 마음의 빚을 졌어. 고맙고 또 고마운 분들이야.

부질없다는 생각, 마음을 다 떨쳐버린 건 아니야. 엄마는 어젯밤에도 많이 울었어. 그저 도희랑 아이들이 조금은 즐거워하지 않을까, 남겨진 엄마아빠들에겐 자그마한 위로가 될까, 이런 마음이야.

아빠가 어제 저녁, 지방에 왔어. 아빠의 큰어머니, 공주에겐 큰할머니라고 해야하나? 어제 낮에 돌아가셨어. 위암이 재발하셨어. 도희야, 기억나지? 2009년 4월인가, 아빠랑 둘이 입원하신 큰할머니를 찾아뵀잖아. 공주 아프기 전에 말이야. 그날, 도희는 여전히 밝고 맑고 명랑하게, 큰할머니가 기분좋게 해드렸잖아. 큰할머니가 나중에 그러셨어. 도희가 너무 예쁘다고

공주야, 이젠 할머니랑 큰할머니랑 같이 있겠구나. 할머니들이 도희를 잘 돌봐주시겠구나, 그치? 말씀 잘 듣고 예쁘게 지내렴

도희야, 새 친구들에게도 알려줘. 이곳의 많은 분들이, 너희를 기억하고 기도해 주신다고.

공주야, 무엇을 해도 미안하고 또 미안해, 아빠가 지켜주지 못 해서. 아빠는, 도희가 미치도록 보고싶어. 사랑해, 엄청 사랑해.-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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