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청계산>


도희야, 아빠 공주야, 태풍이 세 개나 지나가고, 비도 잦았지만, 그래도 가을이라고 화창해. 약간 덥기도 해. 도희는 화창한 날씨를 절대적으로 좋아했잖아. 병원 무균실에서 깨면, 바깥 날씨를 보고 화창하면 참 좋아했고, 흐리거나 비가 오면 싫어했잖아. 아빠도 그래. 그런데 이런 화창한 날씨 속에, 아빠 딸이 없어서 참 슬퍼. 너무 많이 슬퍼.

 

어제는 엄마랑 청계산에 다녀왔어. 작년 가을과 초겨울까지, 도희를 데리고 거의 매일 갔던 산. 올라가기 싫어하는 너를 달래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며,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했던 그 산말이야. 산에 왜 가야 하냐고 물었잖아. 아빠는 그 때 속으로 많이 울었어. 병이 재발했다는 얘기,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겠니. 그저 나쁜 놈이 다시 나오려고 해서 미리 막으려는 거야, 하고 넘겼고, 도희는 아, 그렇구나, 하고 아빠 말을 그대로 믿어줬잖아. 아빠가 얼마나 울었는지...

 

너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갔던 그 산인데, 이제는 너를 잃어버린 엄마랑 아빠, 둘이서 산에 갔다 왔어.

 

공주야, 승진이 오빠를 만났겠구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무균실에 입원했을 때 옆방에 있었던 승진이도 잘 있겠지? 승진이는, 도희보다 두 살 많은데, 엄마가 그랬어. 승진이는 죽는다는 게 뭔지 알고, 몹시 두려워했대. 자기에게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걸 무서워했대. 승진이 엄마는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울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공주가 마지막까지 죽음을 몰랐던 게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 승진이는 작년 9월,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재발해서 입원하고, 한 달 여전 엄마아빠 곁을 떠나기 전까지, 집에 가보질 못 했대. 아빠 마음이 너무 아파. 자기 방에서, 하루라도 재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지우 오빠는 아직 병과 싸우고 있대. 승진이랑 동갑이잖아. 엄마가 어제 지우 엄마랑 통화해서 소식을 들었어. 부럽다 싶었는데, 엄마의 다음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 재발하고 독한 항암을 1년 가량 했는데, 지금은 대상포진 때문에 입원했고, 항암치료를 못하고 있대. 대상포진을 잡아도 항암치료를 하지 않을 거 같대. 지우가 너무 힘들어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거, 먹고 싶은 거 해주며 데리고 있겠다고 했대. 참 슬퍼, 도희야.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왜 이런 일들을 허락하실까?

 

도희야, 얼마 전부터 아빠 가슴이 탁탁 막히고, 마음이 더 힘들어. 뭔가를 먹으면 속이 불편해. 왜 그러나, 생각해보니, 작년의 어제, 2011년 9월 23일, 공주의 병이 재발한 걸 알았구나. 어제는 예배드리는데, 갑자기 작년의 그날, 모습들이 떠올라서 울고 말았어. 피 검사 결과가 평소보다 훨씬 늦게까지 나오지 않아서, 엄마가 몹시 불안해했어. 아빠는 나쁜 생각보다는, 뭔가 실수가 있어서 다시 검사하겠거니 했었고. 구 선생님을 뵙는데, 너를 먼저 내보내시고 엄마아빠에게 말씀해 주셨어. 재발했다고, 미안하다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고, 아빠는 엄마 울음소리를 네가 들을까봐, 또 너랑 엄마가 불쌍해서 안아줬어. 이런 모습들이 그냥, 갑자기 떠올랐어.

 

그리고 돌아오는 주일이 추석이야. 참 힘들다, 공주야. 설과 추석, 명절이면 도희랑 오빠 데리고 분당에도 가고 종암동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잖아. 작년 추석은 얼마나 즐거웠니. 재발할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큰엄마가 만들어준 ‘할머니식 갈비’를 맛있게 먹는 너를 보며, 엄마아빠가 얼마나 기뻐하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앞으로는, 도희야, 너 없이 명절을 맞아야 해. 이런 것도 지옥이겠지.

 

공주야, 아빠가 아직 마음을 되찾지 못하겠어.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굳이 회복하고 싶지도 않아. 아빠의 의지로, 하염없이 슬픔에만 잠겨있겠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 지금은, 도희 생각만 하며 기도하며 슬퍼하며, 그렇게 지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어쩌겠니, 아빠에겐 도희가 최고의 보물인데, 그 보물을 지켜주지 못하고 잃어버렸으니, 아빠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겠니?

 

도희야, 사랑해. 아빠 딸, 정말 보고 싶구나, 아빠가 지금 죽어서 네가 돌아온다면, 아빠가 당장 죽을텐데.

 

도희야, 미안해.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그리고 지금 죽으면 너를 만날 거라고 믿으면서도,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해서.

 

도희야, 할머니랑 잘 지내고 있고, 친구들이랑, 승진이 오빠랑 신나게 놀고 있어.

 

사랑해, 도희야,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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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쫑알공주 도희체'로 썼습니다. '도희체'가 설치돼 있지 않으면 기본 글꼴로 나올 수 있습니다.>




(2009년 1월 24일, 분당 놀이터)

그래도 공주는, 무슨 옷을 입어도 예쁘니까... 
엄마아빠의 교만인가? 그래서 이런 일이?

도희의 손글씨로 만든 글꼴인 '쫑알공주 도희체' 시험판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데스크탑, 노트북, 넷북)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습니다(아이폰은 애플사의 정책으로 글꼴 변경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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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개성있는 글꼴입니다. 폰트 디자이너가 제작했습니다. 

방명록에 '도희체'의 사용 소감을 정성껏 남겨주신 분께는 '천연 비누' 한 장을 보내드립니다.

위의 사진들 가운데 마지막 두 장은, '도희체'를 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쓰고 있는 화면들입니다.

도희의 흔적을 남기고, 도희와 아이들을 기억해 주시길 부탁드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설치해서 쓰시면 더욱 감사하고, 쓰시지 않더라도 도희와 아이들을 잠시 기억하고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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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4일, 분당 놀이터)


이 사진들을 보니, 엄마아빠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도희처럼 예쁜 딸에게 까만 옷을 입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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