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 아빠가 오늘 분당에 다녀왔어. 할아버지를 뵙고, 저녁을 함께 먹었어. 할머니가 먼저 가시고 할아버지의 마음도 몸도 편치 않으시네. 식사양도 좀 줄으신 거 같아. 할아버지도 공주를 몹시 보고 싶어하셔.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다가 서적백화점에 들렀어.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에 보내줄 책들이 다 준비됐다고 해서 다녀왔어. 이달에는 만화책들도 보낸다, 도희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책들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는데, 애들이 뽑은 목록에 만화책들도 들어 있는 거야.


아빠 마음이 아파. 공주가 애니메이션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거, '명탐정 코난'이 목록에 있어. 그 고통스러운 병원 생활을 하면서, '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그래도 재밌어 했잖아. 아빠도 도희한테 '명탐정 코난' 파일을 찾아서 보여줄 때가 참 좋았어. 자주는 못 했지만, 둘이 같이 보기도 했잖아. 특히 도희가 좋아하는 그 장면이 생각나. 나쁜 놈들이 경찰로 속여서 누군가를 납치하는데 코난이 알아차렸고 경찰들이 출동하잖아. 경찰차 네 대가 나쁜 놈들의 차를 완전히 포위하는 장면. 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잖아. 어느 날은 그 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잖아. "완전 멋져!" 도희의 목소리도 들려. 공주야, 아빠딸아, 미치도록 보고 싶어.


지하철 역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데, 아빠가 울어버렸어, 도희야. 아빠 앞에 어떤 아저씨가 걸어가고 있었어. 문정이네 아파트 쪽으로 가는 쪽문에서, 그 아저씨한테 한 여자 아이가, 공주보다 조금 어린 아이가, "아빠!" 하며 달려드네. 아저씨도 그 아이를 안아주고. 바로 뒤에서 동생인 것 같은 여자 아이도 달려와. 아저씨가 아이들을 양손으로 잡고 집으로 간다.


이제는 아빠를 즐겁게 맞아줄 도희가 없구나. 일하고 돌아오는 아빠의 지친 몸에 생기를 넣어주던 공주가 없구나. "아빠~"하며 쌩쌩 달려들던 예쁜 도희가 없구나.


공주야, 도희야, 아빠 딸아, 정말 미안하구나, 너무 너무 미안하구나.


도희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아빠공주에게 일어났는지, 아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아빠도 하나님께 불려가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아. 도희야, 아빠 딸,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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