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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1 2012년 10월 18일 목, 코스모스 by 도도 아빠



<2012년 10월 18일 목, 샘게우물>


(이 글은 10월 18일 목요일에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여주에 다녀온 뒤 사흘간 감기로 꼼짝못하다 오늘에야 올립니다.)

오늘(10월 18일 목)은 여주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새벽부터 비가 와서 오전에 그쳤다. 오후에 자전거를 타기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하루 미뤘다. 날씨는 여전히 쾌청하다. 내 삶의 시간과는 반대되는 날씨다. 마음이 그냥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도희가 이런 밝고 맑은 날을 좋아했으니.

샘게우물가에서 잠시 쉬었다. 코스모스들이 눈에 띈다. 일부러 가꾼 것들은 아닌 것 같다. 아내가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그래서 사진 몇 장을 찍어서 보내줬다. 사진을 찍다보니, 코스모스가 참 예쁘다. 도희만큼은 아니어도, 도희처럼 예쁘다. 눈길을 끄는 코스모스들이 있다. 색이 참 곱다, 했더니, 분홍색이다. 아, 그렇구나, 도희가 분홍색을 제일 좋아하지, 그래서 '분홍공주'라고 불렀지. 그렇구나, 그래서 아빠 눈이 이렇게 끌리는 구나.

처음부터 쌩쌩, 멀리 멀리 가려고 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았지만, 담고 싶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논에, 밭에, 산에, 강가에, 생명을 잃은 것들, 잃어가는 것들이 많다.

어떤 풀들은 되살아나고, 나무들은 잎을 피우겠지만, 어떤 것들은 이 가을에 바짝 말라가며 생명을 마무리한다. 저 코스모스들도, 꽃을 피우는 것들 못지않게, 아마 더 많은 것들은 스러져가고 있을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삶도, 죽음도, 모두 자연의 일부라던 노무현 대통령을 가끔 생각한다. 부엉이 바위에서 무엇을 바라보며 떠올렸을까?

도희와 늘 함께 있음을, 반드시 다시 만남을 신앙으로 고백하며 오늘도 버틴다.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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