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1.08 2008년 9월 29일,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by 도도 아빠
  2. 2012.09.16 2012년 9월 16일 일, 아빠는 일요일이 고통스러워 by 도도 아빠 1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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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도희 방.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운 고비를 넘기고 오랜만에 집에 왔습니다. 도희는 자기 방은 정말 예쁘게 꾸몄습니다.>


공주야, 조금 전에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모여서 기도했어. 도희를 위해서, 도희와 함께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어. 너희들이 하늘 나라에, 그 분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믿어. 그렇다고 슬픔이 없어지거나 옅어지는 건 절대로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가 없는 거야. 가끔 어떤 분들은, 엄마아빠에게 좋은 말로 위로하신다며, 하나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기도 해. 틀린 말씀은 아니고, 위로의 말씀이긴 해도, 엄마아빠의 슬픔은 어쩔 수 없어. 삶은 교리라는 틀로 쉽사리 맺었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특히 자식을 잃은 이 끔찍한 일을 교리로 극복하라는 건, 또다른 고통이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더 힘들구나, 공주야. 오늘은 특히 더욱 그랬어. 오전에 교회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분홍색 겉읏을 입은 여자아이를 뒤에 앉히고, 어떤 아빠가 자전거를 몰고 가. 도희보다는 좀 어린 것 같은데, 아빠랑 가는 게 참 좋은지 활짝 웃고 있네. 또 분홍색은, 도희의 색깔이잖아. 분홍색 머리띠에서 겉옷은 말할 것도 없고 속옷도 분홍색에, 분홍색 신발, 그리고 분홍색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까지. 그리고 도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고른 분홍색 벽지와 침대가 있는 방까지.  아빠는 도희를, '분홍공주'라고도 불렀잖아. 아빠 눈에선 금새 눈물이 고였어.


오후엔 서점에 잠시 들렀어, 공주야. 아빠가 요즘, 생명과 질병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잖아. 이번 주는 '쫑알공주 도희체'를 살펴보고, 써주십사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느라  제대로 못 읽었지만, 책들을 읽고 있어.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도희 같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잘 얘기 못해.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그래서 지금은 과학은 뭐라고 하는지, 찾아보고 있어. 왜 인간은 질병에 걸리는지, 왜 아빠의 딸이 이런 병에 걸렸는지.


그런데 서점엔 내일 갈 걸 그랬어. 휴일이라 그런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정말 슬펐어. 자식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아빠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특히 아빠공주처럼 활기찬 여자아이를 보면, 아빠는 얼굴을 들 수가 없어. 미치도록 도희가 보고 싶어서...


엄마가 몸이 썩 좋지 않아. 어디가 딱 아픈 건 아니지만, 쉽게 피곤하고 지쳐해. 그래서 아빠가 얼마 전부터 같이 운동하자고 했는데, 오후에 한강 시민공원을 걸었어. 1시간 남짓. 공주랑 아빠랑 둘이서 자전거 타기도 했고, 공주랑 엄마랑 둘이서 걷기도 했었잖아. 그 길에도 아이들이 많았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도희는 왜 없는 걸까, 왜 이런 잔인한 일이 생긴 걸까...


도희야, 아빠 딸, 아빠가 온우주와도 바꾸지 않는 공주야. 아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주를 꼭 살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도희야, 정말 정말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곳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재밌게 지내고 있으렴. 아빠도 갈 거야. 아빠는, 그 분이 내일 데려가신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너를 만날 수 있느니까 말이야. 아빠가 이곳을 뜨면, 도희랑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공주야,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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