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랑 아빠랑'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12.09 2012년 12월 8일 토, '피에타' by 도도 아빠
  2. 2012.11.16 2012년 11월 16일 금,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by 도도 아빠
  3. 2012.11.11 2012년 11월 11일 일, <Now is Good to Remember> by 도도 아빠
  4. 2012.11.09 2012년 11월 9일 금, 터미널 지하상가 by 도도 아빠 2
  5. 2012.10.29 2012년 10월 29일 월, 10월 21일과 몸의 병 by 도도 아빠
  6. 2012.10.26 2012년 10월 26일 금, 이런저런 생각들 by 도도 아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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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21일, 체험 학습·병원)


도희야, 아빠가 가끔 멍하곤 하는데, 이젠 멍청하기도 해. 아빠가 얼마 전에 일주일 가까이 아팠잖아. 그때는 아픈 것밖에 생각을 못했는데, 날짜를 보다가 많이 슬펐어. 10월 21일, 22일이 아빠가 아픈 가운데, 별 생각없이 지나가 버렸어.

2009년 10월 21일, 공주가 학교 체험 학습을 다녀왔고, 오후에 입원했잖아. 아빠가 하루 휴가를 내서 체험 학습하는 도희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병원에서 같이 하룻밤을 보냈잖아. 그때만해도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잖아. 그저 길면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던 건데, 모든 것이 다 바뀌어 버렸어.

10월 22일 오전에도, 아빠랑 같이 병원 산책하고, 책도 읽고, 심심하다고 찡찡대며, 병원 밥은 맛없다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잖아. 그리고 오후. 이** 선생님이 갑자기 나타났고, 모든 고통이 시작됐어. 아빠는 처음에 뭔가 잘못 들은 거로 생각했어.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데, 이런 황당한 일이 어떻게 있냐고,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어. 그렇게 2년 5개월 17일의 잔인한 시간이 우리를 망가뜨리고, 아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너를 빼앗아 갔어.

6월 28일, 공주의 생일은 말할 것도 없고, 9월 23일, 병의 재발을 알았던 날에도, 아빠의 마음은 무너졌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슬픔, 분노와 억울함, 고통... 이런 것들이 그 시간들을 채웠어. 

그리고 10월 21일. 이번엔 아빠의 몸이 아팠어. 그 날의 의미를 잠시 잊었나 봐. 그런데 몸이 그 날을 기억하나 봐, 도희야. 너무도 슬픈 날이어서, 몸도 견딜 수 없나 봐.

공주야, 도희야, 아빠는, 죽기 전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아니 그 뒤로도, 너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 자기 딸도 지켜주지 못한 아빠가, 어떻게 숨 쉬며 살 수 있겠니? 도희야, 정말 미안해.

내일부턴 쌀살해진대. 가을도, 이 황폐한 가을도 가는구나. 삶을 무너뜨리는 가을이 가는구나. 도희야, 아빠공주야, 반드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절대로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공주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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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6일, 어느 공원>


1. 도희야,  엄마아빠가 감기에 걸려서 좀 아팠어.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아빠는 어젯밤엔 자전거도 탔어. 아빠가 겪는 전형적인 몸살감기는 피했거든. 너도 알잖아, 아빠가 몸살에 걸리면 얼마나 요란하게 앓는지. 엄마는 아직 완전히 좋아지진 않았지만, 그제 결국 병원 가서 약 받아먹고, 며칠 동안 밤마다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괜찮아졌어. 엄마가 오늘은, 학교에서 단축 마라톤 달리기가 있어서 거기 갔어. 

   공주야, 오후에 엄마랑 영화 보러 가려고 해. 꼭 보고 싶거나 그런 건 아니고, 엄마 마음을 좀 다독여주려고 해. 너를 잃고, 아니 그 전에도 엄마랑 언제 극장에 갔었는지 기억도 안 나. 하긴, 뭐 그게 대수겠니? 도희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생각하면, 극장, 영화 따위가 뭐 대수겠니?

   그런데 도희야, 너가 없는데, 엄마랑 영화 보려니까 너무 슬프고, 별로 내키지 않아. 작년이었나? '쿵푸 팬더 2'를 봤잖아. 오전에 1회, 조조로. 극장엔 공주랑 엄마랑 아빠, 그리고 두어 명 정도. 네게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웠어. 학교에서 공부하며 친구들과 쫑알대며, 뛰어놀아야 할 시각에, 이렇게 힘든 병과 싸우는 도희를 보자니, 네가 불쌍하고, 엄마가 가엽고, 그랬어. 아빠의 죄가 이렇게 큰 건가 싶은 생각도 했어.

2. 봄은 슬프고, 여름은 잔인하고, 가을은 빈한하고, 겨울은 침묵할 것이다.

   도희야, 아빠 딸, 아빠공주야, 10월 말이야. 어어 하다가 날은 더 쌀쌀해지고, 첫 눈이랍시고 살짝 내렸나 싶다가 겨울이 올 거야. 정말 끔찍하구나.

3. 아빠의 안식 휴가도 두 달 조금 넘게 남았어. 내년 1월부터는 회사에 가야 해. 그 전에, 공주의 흔적을 잘 남겨둘 거야. 그 이후에도 그렇지만, 지금 더 집중해서 작업을 할 거야. 아빠의 마음은, 슬픔 그 자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네 흔적을 잘 추스리려고 해.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총명하고 예쁜 공주가 있었다는 걸 얘기하고, 도희와 아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할 거야. 아빠가 할 수 있는 게, 해야 할 게 뭐가 있겠니?

4. 도희야, 승진이 오빠랑, 경륜이 언니랑 다 잘 있지? 엄마들이 많이 힘들어 해. 언니오빠들, 동생들,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으렴. 

   아빠는, 단 한 가지 소망으로 하루를, 하루를, 지내고 있어. 도희랑 아빠랑 할머니랑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아. 

   공주야, 정말 미안해,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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