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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9 2012년 10월 29일 월, 10월 21일과 몸의 병 by 도도 아빠


(2009년 10월 21일, 체험 학습·병원)


도희야, 아빠가 가끔 멍하곤 하는데, 이젠 멍청하기도 해. 아빠가 얼마 전에 일주일 가까이 아팠잖아. 그때는 아픈 것밖에 생각을 못했는데, 날짜를 보다가 많이 슬펐어. 10월 21일, 22일이 아빠가 아픈 가운데, 별 생각없이 지나가 버렸어.

2009년 10월 21일, 공주가 학교 체험 학습을 다녀왔고, 오후에 입원했잖아. 아빠가 하루 휴가를 내서 체험 학습하는 도희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병원에서 같이 하룻밤을 보냈잖아. 그때만해도 이런 끔찍한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리라곤 상상도 못했잖아. 그저 길면 일주일 정도 입원하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던 건데, 모든 것이 다 바뀌어 버렸어.

10월 22일 오전에도, 아빠랑 같이 병원 산책하고, 책도 읽고, 심심하다고 찡찡대며, 병원 밥은 맛없다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잖아. 그리고 오후. 이** 선생님이 갑자기 나타났고, 모든 고통이 시작됐어. 아빠는 처음에 뭔가 잘못 들은 거로 생각했어.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데, 이런 황당한 일이 어떻게 있냐고,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어. 그렇게 2년 5개월 17일의 잔인한 시간이 우리를 망가뜨리고, 아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너를 빼앗아 갔어.

6월 28일, 공주의 생일은 말할 것도 없고, 9월 23일, 병의 재발을 알았던 날에도, 아빠의 마음은 무너졌어.  어떻게 할 수 없는 슬픔, 분노와 억울함, 고통... 이런 것들이 그 시간들을 채웠어. 

그리고 10월 21일. 이번엔 아빠의 몸이 아팠어. 그 날의 의미를 잠시 잊었나 봐. 그런데 몸이 그 날을 기억하나 봐, 도희야. 너무도 슬픈 날이어서, 몸도 견딜 수 없나 봐.

공주야, 도희야, 아빠는, 죽기 전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아니 그 뒤로도, 너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 자기 딸도 지켜주지 못한 아빠가, 어떻게 숨 쉬며 살 수 있겠니? 도희야, 정말 미안해.

내일부턴 쌀살해진대. 가을도, 이 황폐한 가을도 가는구나. 삶을 무너뜨리는 가을이 가는구나. 도희야, 아빠공주야, 반드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절대로 두 번 다시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공주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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