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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21 2012년 10월 21일 일, 감기, 편두통, 고통, 병 by 도도 아빠 2
  2. 2012.09.16 2012년 9월 16일 일, 아빠는 일요일이 고통스러워 by 도도 아빠 1

여주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돌아오는 목요일 저녁, 아니 정확하게는 이틀째 되는 날 저녁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그럭저럭 견딜만 했기에 자전거를 탔다. 샘게우물 조금 못 미친 마을에서 출발해 충주쪽으로 가다 쌍다리까지, 대략 왕복 40km를 탔다. 햇살은 여전히 좋고, 중간에 적당히 쉬면서 탔다. 숙소로 돌아오니 몸이 좀 나른했지만 괜찮다 싶었는데, 땀난 상태에서 샤워를 한 게 안 좋았다. 감기에 걸렸다.

몸살로 가는 건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를 썼다. 감기몸살을 워낙 '세게' 앓기에. 십중팔구, 열감기로 번져서 온 몸이 오한에 벌벌 떨면서 적어도 사나흘은 끙끙 앓는다.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그렇게 아프긴 싫었다. 특히 지난 금요일 저녁에 장애아들로 이뤄진 합창단을 돕는 1일 호프가 있어서 거기에 갔어야 했다. 엄홍길 대장을 만나야 했다. 네팔에 도희 이름의 학교를 짓는 걸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안방에 아주 작은 화장실이 붙어있다. 도희만 쓰게 했던 화장실이다. 이번엔 나만 쓴다. 아내와 도영이에게 감기를 옮길까 싶어서. 변기를 붙잡고, 계속 "우웩~" 거리고 있다. 

몸살로 번지는 건 막았다. 도희가 먹었던 면역력 강화제를 네 개나 먹었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고용량 비타민C도 먹고, 그렇게 했더니 그나마 효과가 있다. 그런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 목요일 밤부터 두통의 징후가 있더니 금요일 오전부터 제대로 시작이다. 특히 편두통이다. 평소 편두통은 거의 없었는데, 많이 아프다. 머릿속에서 송곳으로 쿡쿡 찔러대는 느낌. 머리 왼쪽 뒷편에서 통증이 시작하더니, 위 아래로 옮겨다니며 아프다. 누울 때 아픈 곳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그래서 하룻밤은 오른쪽으로만 누워서 잤다.

두통 때문인지, 메스껍고 구역질이 난다. "우웩~" 거리는데, 눈물이 쏟아진다. 내가 아무리 아프다고 한들, 도희가 아픈 것만 할까? 2년 반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약을 먹어야 했다. 머리는 수시로 무겁고, 때로는 두통으로 몹시 아파했다. 메스꺼워서 병원에서는 진토제를 달고 지냈다. 집에서는 바로 이 변기를 부여잡고 구역질을 했다. 때로는 내가, 어떤 때는 아내가, 도희 등을 살살 두드려주며 울었지만, 도희가 얼마나 아픈지는 몰랐다. 그저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도희는 그래도 그 고통을 잘 견뎌냈다. 나라면, 절대로 도희만큼 잘 참지 못했을 거다.

아파도, 이제는 아프다고 말할 수 없다. 도희를 생각하면, 아무리 아파도, 당장 죽을 것 같아도, 아프다고 할 수 없다. 도희도 아팠는데, 그리고 잃었는데, 도저히 아프다고 할 수가 없다. 아파도 도희가 아픈 것만큼 아프겠는가 싶고, 차라리 도희가 아픈 것만큼 아픈게 낫겠다.

도희는,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아빠라고 하면서도, 내 딸이 겪는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두려움을, 난 제대로 몰랐다. 요 며칠, 호된 편두통을 겪으면서야, 도희가 아픈 게 이 정도였을지, 아니면 더 아팠을지, 울면서 생각한다. 

가끔 죽음을 생각한다. 당장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못하지만, 죽음을 선고받아도 크게 울거나 공포스러울 거 같지는 않다. 담담할 수 있겠다면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 도희와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그럭저럭 죽는 과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편두통이 이런 내 생각을 더 굳힌다. 아플수록 도희를, 그리고 엄마를 생각한다.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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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도희 방.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운 고비를 넘기고 오랜만에 집에 왔습니다. 도희는 자기 방은 정말 예쁘게 꾸몄습니다.>


공주야, 조금 전에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모여서 기도했어. 도희를 위해서, 도희와 함께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어. 너희들이 하늘 나라에, 그 분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믿어. 그렇다고 슬픔이 없어지거나 옅어지는 건 절대로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가 없는 거야. 가끔 어떤 분들은, 엄마아빠에게 좋은 말로 위로하신다며, 하나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기도 해. 틀린 말씀은 아니고, 위로의 말씀이긴 해도, 엄마아빠의 슬픔은 어쩔 수 없어. 삶은 교리라는 틀로 쉽사리 맺었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특히 자식을 잃은 이 끔찍한 일을 교리로 극복하라는 건, 또다른 고통이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더 힘들구나, 공주야. 오늘은 특히 더욱 그랬어. 오전에 교회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분홍색 겉읏을 입은 여자아이를 뒤에 앉히고, 어떤 아빠가 자전거를 몰고 가. 도희보다는 좀 어린 것 같은데, 아빠랑 가는 게 참 좋은지 활짝 웃고 있네. 또 분홍색은, 도희의 색깔이잖아. 분홍색 머리띠에서 겉옷은 말할 것도 없고 속옷도 분홍색에, 분홍색 신발, 그리고 분홍색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까지. 그리고 도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고른 분홍색 벽지와 침대가 있는 방까지.  아빠는 도희를, '분홍공주'라고도 불렀잖아. 아빠 눈에선 금새 눈물이 고였어.


오후엔 서점에 잠시 들렀어, 공주야. 아빠가 요즘, 생명과 질병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잖아. 이번 주는 '쫑알공주 도희체'를 살펴보고, 써주십사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느라  제대로 못 읽었지만, 책들을 읽고 있어.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도희 같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잘 얘기 못해.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그래서 지금은 과학은 뭐라고 하는지, 찾아보고 있어. 왜 인간은 질병에 걸리는지, 왜 아빠의 딸이 이런 병에 걸렸는지.


그런데 서점엔 내일 갈 걸 그랬어. 휴일이라 그런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정말 슬펐어. 자식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아빠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특히 아빠공주처럼 활기찬 여자아이를 보면, 아빠는 얼굴을 들 수가 없어. 미치도록 도희가 보고 싶어서...


엄마가 몸이 썩 좋지 않아. 어디가 딱 아픈 건 아니지만, 쉽게 피곤하고 지쳐해. 그래서 아빠가 얼마 전부터 같이 운동하자고 했는데, 오후에 한강 시민공원을 걸었어. 1시간 남짓. 공주랑 아빠랑 둘이서 자전거 타기도 했고, 공주랑 엄마랑 둘이서 걷기도 했었잖아. 그 길에도 아이들이 많았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도희는 왜 없는 걸까, 왜 이런 잔인한 일이 생긴 걸까...


도희야, 아빠 딸, 아빠가 온우주와도 바꾸지 않는 공주야. 아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주를 꼭 살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도희야, 정말 정말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곳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재밌게 지내고 있으렴. 아빠도 갈 거야. 아빠는, 그 분이 내일 데려가신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너를 만날 수 있느니까 말이야. 아빠가 이곳을 뜨면, 도희랑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공주야,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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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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