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랑 아빠랑/2012년 9월'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2.09.30 2012년 9월 30일 일, 한가위 둥근달 by 도도 아빠
  2. 2012.09.27 2012년 9월 27일 목, 도희야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실 거야 by 도도 아빠 4
  3. 2012.09.25 2012년 9월 25일 화, 김여진 씨의 도움 by 도도 아빠 26
  4. 2012.09.24 2012년 9월 24일 월, 공주 생각 by 도도 아빠 1
  5. 2012.09.19 2012년 9월 19일 수, 노래 by 도도 아빠
  6. 2012.09.16 2012년 9월 16일 일, 아빠는 일요일이 고통스러워 by 도도 아빠 1
  7. 2012.09.13 2012년 9월 13일 목, 꿈 by 도도 아빠
  8. 2012.09.12 2012년 9월 12일 수 by 도도 아빠
공주야, 아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도희야.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있어. 1년 가운데 가장 밝다고 했던가, 가장 둥글다고 했던가.

작년, 재발하기 전에 추석을 보낸 게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땐 도희가 점점 좋아진다는, 우리 가족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가 있었잖아.

저 둥근달을 보며 빌 소원은 하나밖에 없어, 분홍공주야. 도희랑 아이들이 더는 아프지 않게 해주시고, 아빠가 죽으면 반드시 공주랑 할머니를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거.

거기도 둥근달이 떴니? 도희는 무슨 소원을 비니? 아빠를 원망할까? 그래도 아빠는 할 말이 없구나. 사랑한다고, 엄청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너를 지키지 못한 아빠가 무슨 말을 하겠니.

공주야, 아빠의 모든 걸 바치며 사랑하는 도희야. 아빠가 정말 미안해, 너무 너무 미안해. 아빠의 시간이, 삶이, 멈췄어.

달이 밝긴 밝구나. 저 달은, 도희랑 아이들이랑 놀아주겠지?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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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공주야. 오늘도 화창해. 그래서 슬퍼.

도희야, 그래도 오늘은 좀 기운이 나. 많은 분들이 '쫑알공주 도희체'를 알고 쓰시겠다고 하셔. 트위터나 블로그를 통해 슬픔과 고통을 나눠주셔. 무엇보다 엄마아빠 곁을 떠난 공주랑 아이들을 가끔은 기억해 주시겠다고 하셔.

김여진 아줌마랑 많은 분들이 트위터로 알려주셨고, 양정민 기자 이모가 기사를 성실하게 써주셨어. 모든 분들께 아빠가 마음의 빚을 졌어. 고맙고 또 고마운 분들이야.

부질없다는 생각, 마음을 다 떨쳐버린 건 아니야. 엄마는 어젯밤에도 많이 울었어. 그저 도희랑 아이들이 조금은 즐거워하지 않을까, 남겨진 엄마아빠들에겐 자그마한 위로가 될까, 이런 마음이야.

아빠가 어제 저녁, 지방에 왔어. 아빠의 큰어머니, 공주에겐 큰할머니라고 해야하나? 어제 낮에 돌아가셨어. 위암이 재발하셨어. 도희야, 기억나지? 2009년 4월인가, 아빠랑 둘이 입원하신 큰할머니를 찾아뵀잖아. 공주 아프기 전에 말이야. 그날, 도희는 여전히 밝고 맑고 명랑하게, 큰할머니가 기분좋게 해드렸잖아. 큰할머니가 나중에 그러셨어. 도희가 너무 예쁘다고

공주야, 이젠 할머니랑 큰할머니랑 같이 있겠구나. 할머니들이 도희를 잘 돌봐주시겠구나, 그치? 말씀 잘 듣고 예쁘게 지내렴

도희야, 새 친구들에게도 알려줘. 이곳의 많은 분들이, 너희를 기억하고 기도해 주신다고.

공주야, 무엇을 해도 미안하고 또 미안해, 아빠가 지켜주지 못 해서. 아빠는, 도희가 미치도록 보고싶어. 사랑해, 엄청 사랑해.-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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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4일, 집 마당>


도희야, 어제는 김여진 아줌마의 도움으로, '쫑알공주 도희체'를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어. 나이가 아빠랑 비슷한 배우야. 아빠가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고, 트위터로 부탁을 했어. 공주랑 아이들을 기억하도록 부탁하려고 '도희체'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그 분이 트위터를 통해서 도희랑 아빠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도희체'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빠에게 더 중요한 건, 이 세상에 도희랑 승진이라는 아이들이 있었고, 지금도 마음 속에 같이 하고 있고, 많은 아이들이 여전히 아프고, 그걸 바라보며 더 아파하는 엄마아빠들이 참 많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기억하고 기도해 주는 거야. 

도희야, 오늘은 유미영 아줌마랑 판교에 가려고 해. 공주의 몸을 모셔놓은 그곳. 아줌마 기억하지? 공주가 무균실에 있을 때, 카톡으로 말동무도 해주고, 이모티콘도 참 많이 선물해 주셨잖아. 아줌마가 몸이 좀 편찮으셔서 쉬고 있는데, 명절이고 해서 도희 생각이 많이 난대. 공주도 그곳에서 아줌마를 위해 기도해 주렴.

도희야, 아빠공주야, 사랑해. 오늘도 도희랑 아빠랑 할머니는, 늘 함께 있어.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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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5일, 청계산>


도희야, 아빠 공주야, 태풍이 세 개나 지나가고, 비도 잦았지만, 그래도 가을이라고 화창해. 약간 덥기도 해. 도희는 화창한 날씨를 절대적으로 좋아했잖아. 병원 무균실에서 깨면, 바깥 날씨를 보고 화창하면 참 좋아했고, 흐리거나 비가 오면 싫어했잖아. 아빠도 그래. 그런데 이런 화창한 날씨 속에, 아빠 딸이 없어서 참 슬퍼. 너무 많이 슬퍼.

 

어제는 엄마랑 청계산에 다녀왔어. 작년 가을과 초겨울까지, 도희를 데리고 거의 매일 갔던 산. 올라가기 싫어하는 너를 달래기도 하고 잔소리도 하며,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했던 그 산말이야. 산에 왜 가야 하냐고 물었잖아. 아빠는 그 때 속으로 많이 울었어. 병이 재발했다는 얘기,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겠니. 그저 나쁜 놈이 다시 나오려고 해서 미리 막으려는 거야, 하고 넘겼고, 도희는 아, 그렇구나, 하고 아빠 말을 그대로 믿어줬잖아. 아빠가 얼마나 울었는지...

 

너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갔던 그 산인데, 이제는 너를 잃어버린 엄마랑 아빠, 둘이서 산에 갔다 왔어.

 

공주야, 승진이 오빠를 만났겠구나. 우리가 마지막으로 무균실에 입원했을 때 옆방에 있었던 승진이도 잘 있겠지? 승진이는, 도희보다 두 살 많은데, 엄마가 그랬어. 승진이는 죽는다는 게 뭔지 알고, 몹시 두려워했대. 자기에게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걸 무서워했대. 승진이 엄마는 바로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울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공주가 마지막까지 죽음을 몰랐던 게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 승진이는 작년 9월,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재발해서 입원하고, 한 달 여전 엄마아빠 곁을 떠나기 전까지, 집에 가보질 못 했대. 아빠 마음이 너무 아파. 자기 방에서, 하루라도 재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데.

 

지우 오빠는 아직 병과 싸우고 있대. 승진이랑 동갑이잖아. 엄마가 어제 지우 엄마랑 통화해서 소식을 들었어. 부럽다 싶었는데, 엄마의 다음 말을 듣고 눈물이 났어. 재발하고 독한 항암을 1년 가량 했는데, 지금은 대상포진 때문에 입원했고, 항암치료를 못하고 있대. 대상포진을 잡아도 항암치료를 하지 않을 거 같대. 지우가 너무 힘들어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거, 먹고 싶은 거 해주며 데리고 있겠다고 했대. 참 슬퍼, 도희야.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왜 이런 일들을 허락하실까?

 

도희야, 얼마 전부터 아빠 가슴이 탁탁 막히고, 마음이 더 힘들어. 뭔가를 먹으면 속이 불편해. 왜 그러나, 생각해보니, 작년의 어제, 2011년 9월 23일, 공주의 병이 재발한 걸 알았구나. 어제는 예배드리는데, 갑자기 작년의 그날, 모습들이 떠올라서 울고 말았어. 피 검사 결과가 평소보다 훨씬 늦게까지 나오지 않아서, 엄마가 몹시 불안해했어. 아빠는 나쁜 생각보다는, 뭔가 실수가 있어서 다시 검사하겠거니 했었고. 구 선생님을 뵙는데, 너를 먼저 내보내시고 엄마아빠에게 말씀해 주셨어. 재발했다고, 미안하다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고, 아빠는 엄마 울음소리를 네가 들을까봐, 또 너랑 엄마가 불쌍해서 안아줬어. 이런 모습들이 그냥, 갑자기 떠올랐어.

 

그리고 돌아오는 주일이 추석이야. 참 힘들다, 공주야. 설과 추석, 명절이면 도희랑 오빠 데리고 분당에도 가고 종암동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잖아. 작년 추석은 얼마나 즐거웠니. 재발할까 온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큰엄마가 만들어준 ‘할머니식 갈비’를 맛있게 먹는 너를 보며, 엄마아빠가 얼마나 기뻐하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앞으로는, 도희야, 너 없이 명절을 맞아야 해. 이런 것도 지옥이겠지.

 

공주야, 아빠가 아직 마음을 되찾지 못하겠어.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굳이 회복하고 싶지도 않아. 아빠의 의지로, 하염없이 슬픔에만 잠겨있겠다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 지금은, 도희 생각만 하며 기도하며 슬퍼하며, 그렇게 지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어쩌겠니, 아빠에겐 도희가 최고의 보물인데, 그 보물을 지켜주지 못하고 잃어버렸으니, 아빠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겠니?

 

도희야, 사랑해. 아빠 딸, 정말 보고 싶구나, 아빠가 지금 죽어서 네가 돌아온다면, 아빠가 당장 죽을텐데.

 

도희야, 미안해.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그리고 지금 죽으면 너를 만날 거라고 믿으면서도,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해서.

 

도희야, 할머니랑 잘 지내고 있고, 친구들이랑, 승진이 오빠랑 신나게 놀고 있어.

 

사랑해, 도희야,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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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5일, 집>


공주야, 잘 지내고 있지? 그곳에서도 노래를 듣고 있겠지? 천사들의 노래를...

아침에 오빠 밥 먹이고 설거지하는데, 갑자기 도희가 즐겨 들었던 노래가 자꾸 떠오르는 거야. 오빠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겨우 참고, 속으로 삼켰어. 오빠가 어제부터 중간 고사야. 오빠도 공주처럼 명랑하지만, 마음을 무겁게 할 순 없잖아.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 아빠는 그런 노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너를 잃고선 엄청 후회했어. 네가 아빠 곁에 있을 때 같이 듣고 낄낄 거리고 춤도 추고 그랬어야 했는데, 연예인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수다도 떨었어야 했는데, 아빠 취향이 아니라고 그러지 않은 게 얼마나 후회되는지. 그나마 도희가 듣고 싶은 노래들을 찾아서 넣어준 거라도 없었으면, 아빠가 나중에 너를 어떻게 보겠니.

공주야, 지금은 도희 아이폰에 넣어준 노래들을 들으면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어. 노래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슬퍼. 그래도 공주 모습이 떠오르니까, 목소리도 귓가에 들리니까, 그렇게라도 도희를 안아주고 싶으니까. 그렇게 버티고 있어.

공주야, 왜 갔니? 왜 엄마아빠를 두고 먼저 갔니? 아빠는, 그날 밤에도, 너를 잃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 어떻게든 너를 살리려고 했고, 하나님이 꼭 살려주시리라 믿었어. 

도희야, 그날 밤, 얼마나 무서웠니? 공주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도희야, 미치도록 네가 보고 싶어.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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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1일, 도희 방.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운 고비를 넘기고 오랜만에 집에 왔습니다. 도희는 자기 방은 정말 예쁘게 꾸몄습니다.>


공주야, 조금 전에 엄마랑 오빠랑 아빠랑 모여서 기도했어. 도희를 위해서, 도희와 함께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어. 너희들이 하늘 나라에, 그 분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믿어. 그렇다고 슬픔이 없어지거나 옅어지는 건 절대로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가 없는 거야. 가끔 어떤 분들은, 엄마아빠에게 좋은 말로 위로하신다며, 하나님 품 안에 있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기도 해. 틀린 말씀은 아니고, 위로의 말씀이긴 해도, 엄마아빠의 슬픔은 어쩔 수 없어. 삶은 교리라는 틀로 쉽사리 맺었다 풀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특히 자식을 잃은 이 끔찍한 일을 교리로 극복하라는 건, 또다른 고통이란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더 힘들구나, 공주야. 오늘은 특히 더욱 그랬어. 오전에 교회에 간다고 집을 나서서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분홍색 겉읏을 입은 여자아이를 뒤에 앉히고, 어떤 아빠가 자전거를 몰고 가. 도희보다는 좀 어린 것 같은데, 아빠랑 가는 게 참 좋은지 활짝 웃고 있네. 또 분홍색은, 도희의 색깔이잖아. 분홍색 머리띠에서 겉옷은 말할 것도 없고 속옷도 분홍색에, 분홍색 신발, 그리고 분홍색 가방과 실내화 주머니까지. 그리고 도희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고른 분홍색 벽지와 침대가 있는 방까지.  아빠는 도희를, '분홍공주'라고도 불렀잖아. 아빠 눈에선 금새 눈물이 고였어.


오후엔 서점에 잠시 들렀어, 공주야. 아빠가 요즘, 생명과 질병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잖아. 이번 주는 '쫑알공주 도희체'를 살펴보고, 써주십사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하느라  제대로 못 읽었지만, 책들을 읽고 있어.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는 도희 같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해 잘 얘기 못해.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 그래서 지금은 과학은 뭐라고 하는지, 찾아보고 있어. 왜 인간은 질병에 걸리는지, 왜 아빠의 딸이 이런 병에 걸렸는지.


그런데 서점엔 내일 갈 걸 그랬어. 휴일이라 그런지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정말 슬펐어. 자식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아빠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특히 아빠공주처럼 활기찬 여자아이를 보면, 아빠는 얼굴을 들 수가 없어. 미치도록 도희가 보고 싶어서...


엄마가 몸이 썩 좋지 않아. 어디가 딱 아픈 건 아니지만, 쉽게 피곤하고 지쳐해. 그래서 아빠가 얼마 전부터 같이 운동하자고 했는데, 오후에 한강 시민공원을 걸었어. 1시간 남짓. 공주랑 아빠랑 둘이서 자전거 타기도 했고, 공주랑 엄마랑 둘이서 걷기도 했었잖아. 그 길에도 아이들이 많았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도희는 왜 없는 걸까, 왜 이런 잔인한 일이 생긴 걸까...


도희야, 아빠 딸, 아빠가 온우주와도 바꾸지 않는 공주야. 아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주를 꼭 살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도희야, 정말 정말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곳에서의 힘들었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재밌게 지내고 있으렴. 아빠도 갈 거야. 아빠는, 그 분이 내일 데려가신다고 해도 두렵지 않아. 너를 만날 수 있느니까 말이야. 아빠가 이곳을 뜨면, 도희랑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거야. 


공주야,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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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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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희야, 간밤 꿈에 공주를 만났어. 수영장이었어. 엄마도 같이 놀았어. 공을 갖고 놀았던 것 같아. 도희의 얼굴을 뚜렷하게 본 건 아니지만, 분명히 아빠공주였어.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 공을 갖고 놀다가 물 속에도 들어가고, 그렇게 놀았어. 그게 긴장하지도 않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어.

율현동 살 때, 공주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마당에 미니풀을 설치해 주면, 몇 시간이고 신나게 놀았잖아. 단짝 친구 예민이도 부르고, 다른 친구들도 부르고. 그렇게 놀고 있는 도희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어.

수영도 잘 했잖아. 아빠가 할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수영을 배우지 않은 게 많이 후회돼서 공주는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익히게 했던 거야. 처음엔 별로 재미없어 했지만, 어느 정도 지나서는 신나게 했잖아. 

물에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치료받는다고 몇 년 동안 물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어. 이사올 때 미니풀을 챙기면서, 아빠 마음이 몹시 슬프고 아팠어. 

물은 보통 생명을 나타낸다는데, 꿈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그곳, 하나님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별 의미 없이 꾼 걸까?

수영장에서 노는데, 아빠가 한 가지는 계속 신경썼어. 혹시라도 공주랑 엄마가 깊은 곳으로 갈까봐, 약간 걱정했어. 꿈이라고 해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말이야.

2. 도희야, 지난주 목요일에, 9월 6일이구나,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에 다녀왔어. 목록을 마저 정리해야 하고, 8월에 못 갔거든. 하룻밤을 도서관에서 잤어. 그리고 네 꿈을 꿨어.

도희를 잃고 아빠의 영혼도 죽었어. 밥은 먹고 자고 시간은 지나지만, 삶은 정지했어.

그나마 공주를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거의 와주시도 않았잖아. 아빠가 더 슬펐어. 그리고 두 번, 네 꿈을 꿨잖아. 아마 더 꿨겠지만, 아빠가 기억한 꿈은 그것 뿐이었어. 첫 번째 꿈에서 도희가 전학을 했어. 우리가 이사를 했기 때문이겠지만, 꿈에서 이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공주가 다른 학교 교실에 있었어. 아빠가 교실 밖에 있는데, 도희가 뭔가 불편해했어. 그런 거 있잖아, 학교 준비물을 깜빡 했을 때 마음 불편한 거. 그런 얼굴이었어. 그래서 아빠가, 집에 가서 갔다 줄게 하고는 뭔가를 갔다줬고, 도희가 좀 편한 얼굴이 됐어. 무슨 뜻일까?

두번째 꿈은,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 깨어난 뒤 많이 힘든 건 아니었지만, 썩 기분 좋지도 않은 꿈이었어.

그리고 꾼 게, '김도희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면서 꾼 꿈이야. 앞의 두 꿈도 하룻밤에 꾼 건데, '도서관'에서 자고 꾼 꿈도 두 개야. 하나는 몹시 힘든 꿈이었어. 병원 같은 곳이고, 엄마랑 싸웠어. 이 꿈에서 도희를 직접 본 건 아니구나, 생각해보니. 하여간 엄마랑 크게 다퉜어. 엄마가 도희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굉장히 위험한 치료법을 쓰려고 했어. 아직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치료법이고,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치료법이었어. 아빠는 뒤늦게 그걸 알고 엄마한테 고함을 치며 싸웠어. 엄마도 뭐라고 맞고함을 쳤던가? 기억나지 않아. 그러다 꿈이지만 몹시 슬펐어. 정말 슬펐어.

이날 꾼 두번째 꿈도, 깨서는 기억이 났는데, 적어두지를 않았더니 기억이 안 나네. 그래도 첫번째 꿈보다는 괜찮았던 거 같아.

어젯밤 꿈이 그러고 보니 다섯번째 꿈이고, 가장 편한 분위기의 꿈이었구나.

3. 공주야, 엄마는 그래도 아빠보다 네 꿈을 자주 꿔. 그런데 힘든 꿈이 더 많은 것 같아. 어젯밤에 엄마도 도희 꿈을 꿨는데, 많이 힘들어 해. 아빠도 자세히는 묻지 않았어. 그걸 얘기하면 또 힘들어할 거 같아서.

아빠는 그래도 엄마가 부러워. 힘든 꿈이라고 해도 너를 볼 수 있잖아, 너를 느낄 수 있잖아. 도희야, 아빠 마음과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 꿈에라도 자주 와 주겠니? 아빠는, 도희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 

도희야, 아빠공주야, 너무 너무 미안해. 그래도 엄청 사랑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어. 아빠도 갈 거야. 사랑해, 도희야,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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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아빠가 오늘 분당에 다녀왔어. 할아버지를 뵙고, 저녁을 함께 먹었어. 할머니가 먼저 가시고 할아버지의 마음도 몸도 편치 않으시네. 식사양도 좀 줄으신 거 같아. 할아버지도 공주를 몹시 보고 싶어하셔.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다가 서적백화점에 들렀어.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에 보내줄 책들이 다 준비됐다고 해서 다녀왔어. 이달에는 만화책들도 보낸다, 도희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책들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는데, 애들이 뽑은 목록에 만화책들도 들어 있는 거야.


아빠 마음이 아파. 공주가 애니메이션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거, '명탐정 코난'이 목록에 있어. 그 고통스러운 병원 생활을 하면서, '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그래도 재밌어 했잖아. 아빠도 도희한테 '명탐정 코난' 파일을 찾아서 보여줄 때가 참 좋았어. 자주는 못 했지만, 둘이 같이 보기도 했잖아. 특히 도희가 좋아하는 그 장면이 생각나. 나쁜 놈들이 경찰로 속여서 누군가를 납치하는데 코난이 알아차렸고 경찰들이 출동하잖아. 경찰차 네 대가 나쁜 놈들의 차를 완전히 포위하는 장면. 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잖아. 어느 날은 그 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잖아. "완전 멋져!" 도희의 목소리도 들려. 공주야, 아빠딸아, 미치도록 보고 싶어.


지하철 역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데, 아빠가 울어버렸어, 도희야. 아빠 앞에 어떤 아저씨가 걸어가고 있었어. 문정이네 아파트 쪽으로 가는 쪽문에서, 그 아저씨한테 한 여자 아이가, 공주보다 조금 어린 아이가, "아빠!" 하며 달려드네. 아저씨도 그 아이를 안아주고. 바로 뒤에서 동생인 것 같은 여자 아이도 달려와. 아저씨가 아이들을 양손으로 잡고 집으로 간다.


이제는 아빠를 즐겁게 맞아줄 도희가 없구나. 일하고 돌아오는 아빠의 지친 몸에 생기를 넣어주던 공주가 없구나. "아빠~"하며 쌩쌩 달려들던 예쁜 도희가 없구나.


공주야, 도희야, 아빠 딸아, 정말 미안하구나, 너무 너무 미안하구나.


도희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아빠공주에게 일어났는지, 아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아빠도 하나님께 불려가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아. 도희야, 아빠 딸,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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