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야, 아빠의 영혼보다 더 소중한 도희야.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있어. 1년 가운데 가장 밝다고 했던가, 가장 둥글다고 했던가.

작년, 재발하기 전에 추석을 보낸 게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그땐 도희가 점점 좋아진다는, 우리 가족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가 있었잖아.

저 둥근달을 보며 빌 소원은 하나밖에 없어, 분홍공주야. 도희랑 아이들이 더는 아프지 않게 해주시고, 아빠가 죽으면 반드시 공주랑 할머니를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는 거.

거기도 둥근달이 떴니? 도희는 무슨 소원을 비니? 아빠를 원망할까? 그래도 아빠는 할 말이 없구나. 사랑한다고, 엄청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너를 지키지 못한 아빠가 무슨 말을 하겠니.

공주야, 아빠의 모든 걸 바치며 사랑하는 도희야. 아빠가 정말 미안해, 너무 너무 미안해. 아빠의 시간이, 삶이, 멈췄어.

달이 밝긴 밝구나. 저 달은, 도희랑 아이들이랑 놀아주겠지?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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