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희야, 간밤 꿈에 공주를 만났어. 수영장이었어. 엄마도 같이 놀았어. 공을 갖고 놀았던 것 같아. 도희의 얼굴을 뚜렷하게 본 건 아니지만, 분명히 아빠공주였어. 사람이 많지는 않았어. 공을 갖고 놀다가 물 속에도 들어가고, 그렇게 놀았어. 그게 긴장하지도 않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어.

율현동 살 때, 공주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마당에 미니풀을 설치해 주면, 몇 시간이고 신나게 놀았잖아. 단짝 친구 예민이도 부르고, 다른 친구들도 부르고. 그렇게 놀고 있는 도희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어.

수영도 잘 했잖아. 아빠가 할머니 말씀을 듣지 않고 수영을 배우지 않은 게 많이 후회돼서 공주는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익히게 했던 거야. 처음엔 별로 재미없어 했지만, 어느 정도 지나서는 신나게 했잖아. 

물에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데, 치료받는다고 몇 년 동안 물 근처에는 가지도 못했어. 이사올 때 미니풀을 챙기면서, 아빠 마음이 몹시 슬프고 아팠어. 

물은 보통 생명을 나타낸다는데, 꿈에서는 어떤 의미일까? 그곳, 하나님 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걸까? 아니면 별 의미 없이 꾼 걸까?

수영장에서 노는데, 아빠가 한 가지는 계속 신경썼어. 혹시라도 공주랑 엄마가 깊은 곳으로 갈까봐, 약간 걱정했어. 꿈이라고 해도 그런 일은 없었지만 말이야.

2. 도희야, 지난주 목요일에, 9월 6일이구나,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에 다녀왔어. 목록을 마저 정리해야 하고, 8월에 못 갔거든. 하룻밤을 도서관에서 잤어. 그리고 네 꿈을 꿨어.

도희를 잃고 아빠의 영혼도 죽었어. 밥은 먹고 자고 시간은 지나지만, 삶은 정지했어.

그나마 공주를 꿈에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거의 와주시도 않았잖아. 아빠가 더 슬펐어. 그리고 두 번, 네 꿈을 꿨잖아. 아마 더 꿨겠지만, 아빠가 기억한 꿈은 그것 뿐이었어. 첫 번째 꿈에서 도희가 전학을 했어. 우리가 이사를 했기 때문이겠지만, 꿈에서 이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공주가 다른 학교 교실에 있었어. 아빠가 교실 밖에 있는데, 도희가 뭔가 불편해했어. 그런 거 있잖아, 학교 준비물을 깜빡 했을 때 마음 불편한 거. 그런 얼굴이었어. 그래서 아빠가, 집에 가서 갔다 줄게 하고는 뭔가를 갔다줬고, 도희가 좀 편한 얼굴이 됐어. 무슨 뜻일까?

두번째 꿈은, 지금은 기억나지 않네. 깨어난 뒤 많이 힘든 건 아니었지만, 썩 기분 좋지도 않은 꿈이었어.

그리고 꾼 게, '김도희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면서 꾼 꿈이야. 앞의 두 꿈도 하룻밤에 꾼 건데, '도서관'에서 자고 꾼 꿈도 두 개야. 하나는 몹시 힘든 꿈이었어. 병원 같은 곳이고, 엄마랑 싸웠어. 이 꿈에서 도희를 직접 본 건 아니구나, 생각해보니. 하여간 엄마랑 크게 다퉜어. 엄마가 도희 병을 치료하기 위해, 굉장히 위험한 치료법을 쓰려고 했어. 아직 정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치료법이고,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치료법이었어. 아빠는 뒤늦게 그걸 알고 엄마한테 고함을 치며 싸웠어. 엄마도 뭐라고 맞고함을 쳤던가? 기억나지 않아. 그러다 꿈이지만 몹시 슬펐어. 정말 슬펐어.

이날 꾼 두번째 꿈도, 깨서는 기억이 났는데, 적어두지를 않았더니 기억이 안 나네. 그래도 첫번째 꿈보다는 괜찮았던 거 같아.

어젯밤 꿈이 그러고 보니 다섯번째 꿈이고, 가장 편한 분위기의 꿈이었구나.

3. 공주야, 엄마는 그래도 아빠보다 네 꿈을 자주 꿔. 그런데 힘든 꿈이 더 많은 것 같아. 어젯밤에 엄마도 도희 꿈을 꿨는데, 많이 힘들어 해. 아빠도 자세히는 묻지 않았어. 그걸 얘기하면 또 힘들어할 거 같아서.

아빠는 그래도 엄마가 부러워. 힘든 꿈이라고 해도 너를 볼 수 있잖아, 너를 느낄 수 있잖아. 도희야, 아빠 마음과 몸이 힘들어도 좋으니, 꿈에라도 자주 와 주겠니? 아빠는, 도희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 

도희야, 아빠공주야, 너무 너무 미안해. 그래도 엄청 사랑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난다. 그리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어. 아빠도 갈 거야. 사랑해, 도희야, 엄청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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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아빠가 오늘 분당에 다녀왔어. 할아버지를 뵙고, 저녁을 함께 먹었어. 할머니가 먼저 가시고 할아버지의 마음도 몸도 편치 않으시네. 식사양도 좀 줄으신 거 같아. 할아버지도 공주를 몹시 보고 싶어하셔.


할아버지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다가 서적백화점에 들렀어. '들꽃마당 김도희 도서관'에 보내줄 책들이 다 준비됐다고 해서 다녀왔어. 이달에는 만화책들도 보낸다, 도희야. 아이들이 보고 싶어하는 책들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는데, 애들이 뽑은 목록에 만화책들도 들어 있는 거야.


아빠 마음이 아파. 공주가 애니메이션 가운데 제일 좋아하는 거, '명탐정 코난'이 목록에 있어. 그 고통스러운 병원 생활을 하면서, '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그래도 재밌어 했잖아. 아빠도 도희한테 '명탐정 코난' 파일을 찾아서 보여줄 때가 참 좋았어. 자주는 못 했지만, 둘이 같이 보기도 했잖아. 특히 도희가 좋아하는 그 장면이 생각나. 나쁜 놈들이 경찰로 속여서 누군가를 납치하는데 코난이 알아차렸고 경찰들이 출동하잖아. 경찰차 네 대가 나쁜 놈들의 차를 완전히 포위하는 장면. 공주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잖아. 어느 날은 그 장면을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잖아. "완전 멋져!" 도희의 목소리도 들려. 공주야, 아빠딸아, 미치도록 보고 싶어.


지하철 역에서 나와 집으로 오는데, 아빠가 울어버렸어, 도희야. 아빠 앞에 어떤 아저씨가 걸어가고 있었어. 문정이네 아파트 쪽으로 가는 쪽문에서, 그 아저씨한테 한 여자 아이가, 공주보다 조금 어린 아이가, "아빠!" 하며 달려드네. 아저씨도 그 아이를 안아주고. 바로 뒤에서 동생인 것 같은 여자 아이도 달려와. 아저씨가 아이들을 양손으로 잡고 집으로 간다.


이제는 아빠를 즐겁게 맞아줄 도희가 없구나. 일하고 돌아오는 아빠의 지친 몸에 생기를 넣어주던 공주가 없구나. "아빠~"하며 쌩쌩 달려들던 예쁜 도희가 없구나.


공주야, 도희야, 아빠 딸아, 정말 미안하구나, 너무 너무 미안하구나.


도희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했는데, 왜 이런 일이, 아빠공주에게 일어났는지, 아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도희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아빠도 하나님께 불려가면,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나고, 절대로 두 번 다시는 떨어지지 않아. 도희야, 아빠 딸, 사랑해.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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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15일, 서울대공원>


<2002년 11월 2일, 율현동>


<2004년 7월 27일, 율현동>


<2004년 8월 16일, 안면도 자연휴양림>


<2004년 10월 17일, 율현동>



아빠의 보물 1호, 아빠가 영혼의 깊이보다 더 사랑하는 딸, 도희의 '눈부신 웃음'입니다. 모두 201장을 골랐습니다. 몇 번으로 나눠 올립니다. 전체 사진을 한 번에 보시려면, 


https://plus.google.com/photos/112139851284250927360/albums/5751861837515547665 


찾아주시면 됩니다. 


이 예쁘고 총명한 아이의 웃음을 잠시라도 기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공주야, 사랑해, 엄청 사랑해. 너무너무 미안해.      -dh-

Posted by 도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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